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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국립현대무용단 '오케코레오그래피' 프레스 리허설(Oct 6, 2016)

Wolllang 2016. 10. 12. 00:27

지난 주말,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국립현대무용단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오케코레오그래피' 공연이 있었습니다. 공연 전날, 기자와 평론가, 관계자만을 대상으로 한 프레스 리허설이 있었어요. 저는 커뮤니케이터로 특별히 함께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이번 포스팅은 인터뷰 녹취록을 바탕으로 가독성이 용이하도록 직접 수정한 글입니다. 인터뷰에 참여해 주신 예술가의 의도나 해석, 뉘앙스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을 수 있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번 포스팅은 이날, 리허설 후 두 작품의 연출가인 이해준 안무가와 정수동 안무가, 구모영 지휘자님과의 인터뷰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한 글입니다. 이번 공연을 재밌게 즐기셨다면, 공연 후의 여운을 더욱 진하게 만들 수 있는 내용이에요. 한번 읽어보시면 현대무용을 기획하는 이들이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 재미있는 시간이 될 겁니다:)


 국립현대무용단 ×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공동제작
국립현대무용단(예술감독 안애순)은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예술감독 임헌정)와 공동제작으로 국내안무가와의 협업공연을 선보인다. 올해 국립현대무용단은 ‘접속과 발화(Plug-in & Spark)’라는 시즌 주제 아래, 다른 문화예술기관과 적극적으로 협업을 시도하면서 현대무용의 실험과 모색을 진전시키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국내안무가 초청공연을 공동제작 프로젝트로 추진한다.
 
오는 10월 7일부터 9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소개될 이번 공동제작은 음악과 안무의 협업으로 진행된다. 특히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통해 현대작곡가 존 애덤스(John Adams)의 음악을 재해석하고, 이를 서로 다른 질감의 무브먼트로 풀어내는 신작 2편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를 위해 초청된 두 안무가 이해준과 정수동은 하나의 공통된 음악을 갖고서 각자의 해석을 한 무대에 나란히 펼쳐보이게 된다.

<오케코레오그래피(Orchestration&Choreography)>

2016.10.7()~9() 평일 20, 주말 15시.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안무: 이해준, 정수동
지휘: 구모영
연주
: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내용: <리플렉션(Reflection)> 이해준 안무, <다이브(Dive) 정수동 안무
음악:
쉐이커 룹스(Shaker Loops)_ 존 아담스(John Adams)  

국립현대무용단,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공동제작

• 안무가 프로필
정수동은 Soo D Art & Co 예술감독 및 아지드 현대무용단 단원으로, 오스트리아 그라츠 국립오페라극장 무용단 초청 안무가로 선정된 바 있다. 제 9회 독일 루드비히샤펜 국제안무대회 ‘심사위원 작품상’을 비롯하여, 싱가폴 M1 CONTACT 국제현대무용페스티벌 ‘MASDANZA-M1 Award’를 수상했으며, 2013 그리스 헬라스 국제무용콩쿠르 현대무용 솔로부분 ‘엑설런트 1등상’을 수상했다.
 이해준은 한양대학교 예체능대학 무용예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밀물현대무용단 대표이자 춤 전용 M극장 총괄 감독이다. 문화관광부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을 수상했으며, 일본 사이타마 국제안무대회 ‘위너스 프라이즈’를 수상했다.

• 지휘자 프로필
지휘자 구모영은 서울예고,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기악과, 작곡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지휘를 전공하고 독일 Leipzig 국립음대에서 오케스트라 지휘 전공으로 수학하였다. 또한 국제 지휘자 마스터 클래스를 통해서 거장 Kurt Masur, Bernhard Heitink, Fabio Luisi(Dresden Staat Oper, GMD)에게도 사사를 받았다.
독일 Leipzig에서 Ars chamber Orchestra를 창단하였고 'Mahler Plus'란 기획 연주회를 통해서 Mahler의 대규모 교향곡 작품을 소규모 Chamber Orchestra로 편곡된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재, 대지의 노래, 교향곡 4번 Arranged by Erwin Stein) 작품 등을 성황리에 공연하여 참신한 지휘자로 현지 음악인들에게 주목을 받았다.
원주시립교향악단과 인천시립교향악단에서 부지휘자를 역임하였고, 부천시립교향악단, KBS교향악단, 수원시립교향악단, 코리아심포니오케스트라, 충남도립교향악단, 서울시립청소년교향악단, 서울대음대 오케스트라, 소리얼필하모닉, 카메라타 마드리 실내악단, Rhinistra in Sopt을 객원지휘 하였으며, 돈 파스콸레, 라 트라비아타, 리골레토 등 다수의 오페라를 지휘하였다.
서경대학교 음악학부 겸임교수를 역임하였고 현재 한양대학교 음악대학에서 후학 지도와 천안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로 활동 하고 있다.

 

• 국립현대무용단 프로필
한국적 현대무용의 지평을 열어가는 국립현대무용단

국립현대무용단은 동시대 한국인의 삶과 몸을 통해 발생하는 다양한 현상들과 밀착된 감각에 기반, ‘지금, 여기’의 시선으로 새로운 제안과 실험에의 개방 속에서 그 생명력을 찾고자 한다. 동시대적 춤을 통해 역사적, 사회적, 일상적 경험을 이야기하고 질문을 던지며, 계층과 지역, 세대를 아울러 모두가 함께 참여하고 즐기는 현대무용의 환경을 만드는 것은 물론, 더 나아가 세계와 소통하는 한국의 컨템퍼러리 댄스를 지향한다.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협업을 통한 무용언어의 확장

국내외적으로 가장 혁신적이면서 새로운 예술적 비전을 제시하는 작품을 프로젝트 별로 기획하여 제작한다. 작품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색깔의 출연자를 선발하고, 프로젝트마다 다양한 아티스트들을 결합하여 몸과 세계의 경험이 새로워지는 춤을 생산한다. 이를 위해 해석과 사유의 확장을 도모하면서 끊임없이 유동하며 창조적 에너지로 충만한 작업 환경을 조성해나간다.

•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프로필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는 1985년 창단 이래 지난 30여년간 국내외에서 매년 100회 이상 연주활동을 하며 대한민국 교향악의 위상을 높여 왔다. 1987년부터 국립극장과 전속계약을 맺은 이후 국립오페라단, 국립발레단, 국립합창단의 정규 레퍼토리에 협업작업을 하고 있다. 또한 2001년부터 예술의전당 상주오케스트라로 지정되어 예술의전당에 자리 잡게 되면서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극장오케스트라 역할을 현재까지 수행해오고 있으며,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주무대로 삼아 정기적으로 정기, 기획연주회를 갖고 있다. 2014년 1월부터는 임헌정이 예술감독과 상임지휘자를 맡고 있으며, 현재 약 100명의 임직원과 연주단원들이 2명의 상주작곡가와 함께 한국 공연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출연 : 이정일(악장), 이지수(제1바이올린 수석)/ 박진희(제2바이올린 수석)/ 비올라 여수은(수석)/ 첼로 윤지원(수석), 노설아(부수석)/ 더블베이스 이재준(수석)

인터뷰를 함께 해 주신 분들

이해준 안무가(리플렉션)
정수동 안무가(다이브)
구모영 천안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안애순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


Q. 이번 공연의 안무 의도가 궁금합니다.
이해준/ 저는 이번 프로젝트에 리플렉션이라는 제목으로 안무를 했습니다. 제 작품은 랭보의 시영원을 모티브로 했습니다. 태양과 바다가 순환하고 함께하는 그리고 시간이 고정되지 않은 채, 충돌하는 격정의 순간을 맞이하는 움직임들의 집합이 영원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예를 들면 우리는 사랑이 영원하길 바랍니다. 사랑이 영원이라는 개념 속에서 보면 굉장히 멀리 있는 것 같지만 서로 함께하며 격정적이고 스릴 넘치는, 항상 행복한 순간이 계속되기를 바라고 있어요. 이것을 작품 속에서 끊임없이 반응하는 것을, 움직임을 새롭게 구성해 존 애덤스의 스타일에 어울리게 작업을 해 보려고 했습니다.


정수동/ 다이브라는 것에 영감을 받게 된 것은 존 애덤스의 음악을 들으면서 곡선의 오름과 내림이 광활하지만 때론 거칠고, 어떤 트랙은 고요해서 바다라는 상징적 이미지를 상상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바다의 이미지나 물을 좋아하고 바다에 이상을 가지고 있어요. 사실 물을 좋아하지만 헤엄은 칠 줄 모릅니다. 바다라는 이상적인 생각을 하면서 수면의 거친 물살, 파도와 수면 아래의 신비스러운 공간을 생각하면서 이것이 삶의 현실에서 나타나는 계급이나 일반인들의 상하관계로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바다의 이미지와 현실사회로 대비시켜 작품에 나타냈습니다. 작품에 나오는 움직임이나 주제, 타이틀이나 컨셉들은 일상적인 움직임에서 요소를 많이 얻었고, 파랑과 하얀색의 이미지는 작품 속의 바다의 상징적인 이미지를 가져와 모티브로 썼습니다.


구모영/ 두 안무가와의 작업이 재미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음악, 청각 작업만 하다가 청각이 시각화가 되었을 때 어떤 위치가 될 지 상상하는 과정이 흥미로웠습니다. 특히 같은 음악이 두 안무가를 통해 다른 움직임으로 표현하는 게 굉장히 재미있었습니다. 존 애덤스의 음악은 미니멀리즘이라고 다들 얘기하면서 단순한 반복이라고 생각하지만, 음악 자체에 다양한 변화가 있습니다. 음악과 무용이 만나, 에너지를 만드는 작업 자체가 즐거웠고 정말 어려운 과정을 거치고 작품을 창작한 두 안무가에게 많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Q. 같은 음악을 두 번 헀는데 혹시 연출을 하면서 두 작품 중 어떤 쪽이 더 즐겁거나 활기찼는지?


구모영/ 곤란한 질문이네요. 같은 음악에 두 안무가께서 다른 작품을 선보인다고 하셔서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했습니다. 연주할 때 무용을 보며 연주를 했더라면 아마 음악이 달랐을 겁니다. 무대 뒤에서 공연을 보지 못하는 상태로 지휘를 하다 보니 단점은 있었어요. 저는 같은 음악을 두 안무가에 맞춰 다르게 해석하기 보다 음악을 같은 느낌으로 연주하는 데 주안점을 뒀습니다. 만일 제가 앞에서 지휘를 했다면, 무용수의 움직임을 봤다면 음악이 달라졌을 것은 분명 할거라 생각합니다.

Q. 춤은 원래 음악과 함께합니다. 오케코레오그래피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통상적인 공연과 차이가 있는지?


안애순/ 국립현대무용단에서 10여개의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데 올해에는 여러 기관과 같이 콜라보레이션 기획을 했습니다. 2016년도 시즌주제 접속과 발화에 맞게 올해는 국립현대미술관,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국립국악원과 함께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제목은 형식, 어떤 기관이 어떤 스타일로 나올 것이라는 공연형식의 팁을 주기 위해서 새로 만들었습니다.

무용의 코레오그래피. 안무를 의미합니다. 많은 분들이 춤은 아는데 안무에 대한 인식이 많이 없습니다. 이 단어와 음악의 오케스트레이션이란 단어를 합쳐 오케코레오그래피. 관현악과 함께 춤을 볼 수 있는 형식의 공연이라는 것들을 관객들에게 전달시키기 위해 만든 제목입니다.


Q/ 음악에서 모티브를 얻어 작품으로 올리기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렸고 얼마나 음악을 들으셨는지?


정수동/ 두달 전 전화를 받자마자 바로 음원을 구하고 유튜브로도 보고, 각 버전간 다른 점을 비교해봤습니다. 주로 운전하면서 계속 들었고 각 파트, 장의 차이를 분석하며 컨셉과 영감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해준/ 음악은 자다가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들었어요. 작업을 하면서 신비로운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원 음악을 존 애덤스가 퀘이커교도의 집회 속에서 기도를 하는 것을 표현했다고 합니다. 존 애덤스도 그 장면을 보며 출렁이는 바다를 생각했을거라 생각해요. 작년에 시드니에 갔다가 바다를 봤는데 바다가 햇빛에 비춰 출렁이고 일렁이는 모습이 아름다워서 사진에 담았습니다. 그걸 사진에 담았는데 거친 돌벽 같았어요. 우리는 매일 반복되는 중력과의 싸움, 태양과 우주, 공전 자전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데 어쩌면 일상속의 연속적인 작은 반응들이 삶의 집합이고 이게 모이면 영원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이번 음악의 날카로운 연주에서 수평적이고 고정된 것들을 칼로 깨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Q. 심연의 공포를 어떻게 생각하게 되었는지?


정수동/ 제목 다이브, 다이빙에서 뒤에 ing빼서 이런 제목이 되었고요, 사실 다이빙이라는 이름을 하고 싶었는데 ‘dive’라는 단어가 위에서 밑으로 내려오다, 사창가나 지하실 같은 어둠의 장소를 의미합니다. 거기에 물에 빠져들다 라는 diving dive의 다양한 의미의 연장선으로 생각했습니다.

물속에 빠져들어가며 보이는 바닷속의 신비하고 광활한 세상과 물 속으로 내려가며 점점 어두워지며 허우적거리는 것, 수면 위에서는 발이 닿아서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지만 물 속 깊이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난 지금 어디로 갈고 있을까. 내가 공연을 어떻게 잘 맞춰갈 수 있을까 공연 끝나면 나는 어떤 길을 갈 것인가와 같이 무수한 생각들을 작품에 드러냈고요, 음악의 반복에 맞춰 움직임과 생각의 반복도 작품에 드러냈다고 생각합니다.


Q. 정말로 다른 음악이 아니었는지?


구모영/ 같은 음악이지만 음악이 다르게 느껴졌을 수 있습니다. 음악이 다를 수 밖에 없고 사람마다 받아들이는게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무용을 보면서 지휘할 수 없었던 점이 아쉽고 안타까웠습니다.

이해준/ 두 작업을 어떻게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전 같은 음악이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음악적으로 해석에 접근하는 방법도 달랐고 연주가 진행되는 부분에서 초반에는 MR로 진행하느라 bpm에 신경쓰면서 분석하고 작업했는데 지휘자, 연주자 선생님들과 함께하니 완전히 새로운 호흡이 나타났습니다. ‘선생님이 우리 작품의 일곱번째 댄서입니다. 지휘하는 모습이 이번 작품에서 대단히 다이나믹하고 버라이어티한 춤을 추시는 걸로 보일 것이다라는 말씀을 드렸어요. 라이브로 함께 할 때 무용이 어떻게 다르게 보여질 것인가에 대해 많이 고민해봤습니다.



 


epilogue_ 녹음된 인터뷰 내용을 끊임없이 반복해서 듣고 문장을 고치고 살리고, 대중에게 쉬운 단어로 대치하며 예술가들의 세계관으로 세상을 볼 수 있었던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이 게시물로 예술과 대중의 벽이 조금이나마 낮아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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