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 아식스 강서점
- 발레
- 아식스 마라톤
- 마라톤화
- 런닝화
- 예술의 전당
- 유니버설발레단
- 심청
- Asics
- 아식스 강서홈플러스점
- 러닝화
- 아식스 강서홈플러스
- 국립현대무용단 춤사이
- 강서구 아식스
- 아식스 런닝화
- 국립현대무용단
- 아식스 러닝화
- 아식스
- 국립현대무용단 커뮤니케이터 춤사이
- 러닝
- 맛집
- 아식스 대리점
- 무용
- 발레 심청
- 유니버설발레단 서포터즈
- 아식스 마라톤화
- 아식스 강서구
- 현대무용
- 아식스 젤
- 아식스 신발
- Today
- Total
plain sense of things
Review, 국립현대무용단 춤이말하다 2016 (Oct 28, 2016) 본문
춤이 말하다, 얼핏 느끼기에는 모순된 문장이다. 춤은 보는 예술이지 듣는 예술은 아니니까. 무용수나 안무가는 춤으로 의미를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춤 자체를 하나의 언어로 사용한다. 하지만 대중에게 춤은 눈으로 즐기고 감정을 피어내는 볼거리이다.
춤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춤은 어떻게 의사소통할 수 있을까. 춤을 어떻게 느껴야 언어로서 받아들일 수 있을까.
국립현대무용단 ‘춤이 말하다’. 나에게는 무용 공연이라 하기 보다는 대한민국의 현대무용을 가장 적나라하면서도 담백하게 그린 토크 콘서트였다. 통상적인 무용 공연은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반면 이번 공연은 무용수들이 단편 작품을 선보이며 동시에 라이브로 내레이션을 곁들인다. 작품설명에서 그치지 않고 무용 그 자체, 무용수로서 항상 느껴왔던 것들, 가슴속에 고이 접었던 고민, 희열, 아픔을 한꺼풀 한꺼풀씩 우아하게 벗기는, 단순한 무용 공연이 아니라 작품 전체가 하나의 광대한 퍼포먼스 아트였다.
‘춤이 말하다’는 2013년부터 매년 이어져왔다. 올해는 13,14,15년 작품을 한데 묶어서 금, 토, 일 순차적으로 공연했다. 국립현대무용단의 주요 작품으로서 과거를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셈. 내가 리뷰하는 13년 작품은 ‘지금의 춤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 아래 예술가들 각각의 관점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작품이다. 시간과 환경의 변화로 2013년의 공연을 그대로 재현하지는 않았지만 공연의 상징과 의미는 그대로 살렸다고 한다.
첫 번째 무대는 현대무용가 이나현씨. 흔히 생각하는 현대무용의 교과서 같은 모습이었다. 짧은 춤 몇 가지를 보여주셨는데 오른발의 족저근막염을 피하려 발의 사용을 억제하는 안무의 춤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신체적 제약을 인위적으로 만들었지만 아름답고 유연한 동작들. 그리고 춤을 추는 내내 끊임없이 조근조근 자신의 생각과 감정, 무용을 이야기했다. 무용수로서만 춤을 추다 춤을 만들기 시작했을 때의 어려움, 예전만큼 몸이 안 따라준다는 가벼운 하소연, 무용할 때 생각하는 것들. 특히 춤을 춘다는 표현이 아닌, 몸으로의 대화를 이어나간다는 표현이 아직 기억에 남는다. 흔히 대중들이 궁금해하던 무용수와 안무가의 생각과 일상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 그리고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두 번쨰는 스트릿댄서 디퍼. 한국의 대표적인 비보이 댄서다. 장르의 차이일 뿐 이나현씨의 무대와 비슷했다. 비보이로서 사는 삶. 부상에 대한 불안, 끊임없는 창작의 고통. 기존 예술에 비해 좀더 낮은 지위의 스트릿댄스에 대한 편견이 겉히는 무대였다. 비보잉 공연은 댄스배틀의 형태를 주로 띈다. 이런 배틀에서 승리하려면 새로운 동작과 안무를 창조해 상대를 꺾어야 한다. 실과 바늘의 움직임과 같이 다양한 소재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한다. 정통 예술에서 벗어난 장르를 비하하거나 편견을 가지는 경우가 있는데 배경과 형식의 차이, 무게와 분위기의 다름이 있을 뿐 스트릿댄스도 충분히 예술성과 작품성을 갖춘 장르였다. 또한 창작의 고통, 부상의 공포는 다른 무용수나 안무가와 다를 바 없었다. 스트릿댄스 특유의 화려하고 폭발적인 퍼포먼스는 공연 전체의 분위기를 후끈하게 했다.
세 번째는 현대무용가 이선태씨. 탄탄한 발레 실력에 현대무용이 더해져 눈이 즐거운 무대였다. 이번 공연 중 무용의 현실을 가장 깊게 생각해보게 되는 무대였다. 자신의 다양한 무용 콩쿠르 입상경력과 인정받은 실력에도 불구하고 창작 작품을 선보였을 때 무관심했던 대중들, 전체 공연예술 분야에서 무용은 3~4%의 영향력밖에 미치지 못하는 것. 거기다 금전적으로는 1%밖에 차지하지 못하는 현실. 그저 작은 한숨만 나올 뿐이다. 이선태씨는 이런 현실을 넘어서기 위해 예술의 대중화가 아닌, 대중의 예술화를 추구한다고 한다. 아직은 미약하지만 미래에는 이런 예술가들의 움직임에 결실이 있기를 바란다.
네 번째는 스트릿댄스 안지석씨. 민머리에 개량한복을 입고 나와서 스님이 나온 줄 알았다ㅎ 태극권에서 모티브를 받았다고 설명한 춤은 독특하면서도 느린, 동양적인 느낌이 물씬 풍겨 신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안지석씨는 춤을 출 때 다양한 장르나 소재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이 드러내고싶은 춤에 몰입하고 집중한다고 한다. 이번에 본 작품 중 가장 무용의 본질에 가까운 무대가 아닐지.
마지막은 한국전통춤, 김운태씨. 솔직히 국악이나 전통무용은 생소하고 잘 와닿지 않는다. 이번 공연에서도 제일 기대를 하지 않았던 작품. 연희대 팔산대 단원들이 먼저 전통적인 사물놀이로 흥을 돋우고 상모를 쓴 김운태씨가 소고와 함께 춤을 췄다. 국악이 이렇게 재미있었는지, 가슴을 울리게 할 수 있는지 몰랐다. 예술의전당 무대에 올라 조명을 받기 때문이었을까. 길거리나 지방에서 흔히 듣던 전통음악과 춤이 아니었다. 공연 마치기 전 김운태씨와 다른 단원들이 모두 나와 춤을 출 때는 알 수 없는 감동에 눈물이 고일 정도였다.
가벼운 인터뷰도 진행했는데 스텝의 왜 이렇게 리허설에 나오지 않았냐는 질문에 모든 관객이 폭소를 터뜨렸다. 오랫동안 춤출 수 있는 비결이 뭔지 묻는 질문에 얼굴이 뻔뻔해지면 된다, 뻔뻔하게 그냥 춘다는 답은 깊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예인의 경지를 느낄 수 있었다.
무용, 그것도 현대무용은 아직 국내에서 입지가 좋지 않다. 발레는 그나마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듯한 모양새지만 순수 무용이나 현대무용은 그 형태마저 불명확하다. 분명히 예술가들의 역량이나 작품성은 문제가 없다. 아마도 인격과 시야형성의 과정에서 예술은 도외시 한 입시 위주의 교육이나 예술을 여유있게 향유할 수 없는 사회환경이 문제가 아닐까.
벌써 3년이나 치룬 공연이라고 한다. 지금껏 왜 이런 공연을 만나지 못했는지 아쉬울 정도이다. 이미 무용 팬이라면 내가 지금껏 알고 있던 무용에 대한 정리, 그리고 춤의 테두리와 한계를 깨는 작품이었다. 무용이나 현대무용이 생소한 관객에게는 입문용으로, 앞으로 무용에 대한 관심을 피어나게 하는 공연이 될 것이다. 3일 간의 공연을 끝까지 함께하지 못해 아쉽다. 내년 공연이 벌써 기다려진다.
'Closet > Dance' 카테고리의 다른 글
_국립현대무용단 커뮤니케이터 춤,사이 5기 발대식 (0) | 2017.03.13 |
---|---|
후기_국립현대무용단 커뮤니케이터 춤사이 4기(2016) (3) | 2017.01.03 |
interview. 국립현대무용단 '오케코레오그래피' 프레스 리허설(Oct 6, 2016) (0) | 2016.10.12 |
review, '이랴도 태평성대', 국립현대무용단 X 국립현대미술관 다원예술 프로젝트_'예기치 않은' (0) | 2016.09.17 |
preview, '예기치 않은', 국립현대미술관 x 국립현대무용단 2016 다원예술프로젝트 (0) | 2016.09.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