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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국립현대무용단 픽업스테이지 '권령은과 정세영' (Aug 25~27, 2017) 본문
솔직히 그렇다. 올해 국립현대무용단이 무대에 올린 작품들은 굉장히 대중적이다. 음악도 춤도 내용도 덜 실험적이었다. 이질적인 느낌이나 불편한 장치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고 현대무용 작품임에도 편안하고 부드러웠다. 무대 외적인 면에서도 팝업스테이지나 무료 프로그램북, 워크샵과 같은 홍보프로그램을 굉장히 활발하게 운영했다. 예술단체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현대무용을 일반인에게 떠먹여주다시피하는 모양새다. 예술 애호가나 무용 팬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 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무용에 처음 입문하는 이들, 스쳐지나가는 이들에게는 (다시 현대무용 관객으로 돌아올지는 모르겠지만) 굉장히 긍정적인 기억으로 남았을 것이다.
그러던 중, 실험적이고 독특하고 창의적인, 틀을 깨는 정말 현대무용다운 공연이 이번 무대에 올랐다. 국립현대무용단 픽업스테이지, '권령은과 정세영'.
이번 무대는 국립현대무용단의 정기공연이 아닌 픽업스테이지 시리즈다. 무용단의 예술감독이나 기획팀이 직접 무대를 꾸미는게 아닌, 외부에서 활동하는 국내외의 안무가를 초청해 국립현대무용단과 함께 무대에 올리는 프로그램이다. 검증된 예술가의 가장 좋은 작품이 국립현대무용단의 퀄리티와 지원 속에 무대에 오른다.
가장 창의적이고 실험적이면서도 국립 기관으로부터 무형의 보증을 받은 작품이기 때문에 현대 예술로부터 오는 두려움이나 난해함을 조금이나마 떨칠 수 있고 예술성이나 작품성에 대한 논란을 좀더 피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공연은 '권령은과 정세영'. 두 작품의 안무가 이름이 작품명으로 올랐다. 두 안무가 모두 신진안무가에 속한다. 갓 데뷔한 신인도 아니지만 중견 안무가도 아닌, 젊은 예술인이라고 하기 딱 알맞은 나이와 경력을 가진 이들. 철학적으로 성숙했지만 아직 젊고 창의적인 마인드를 가진 이들이리라.
사설은 여기까지. 먼저 첫 작품인 권령은 안무가의 '글로리'.
남자무용수에게 군 입대란 춤을 추는 예술인으로서의 미래를 포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무용수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분야의 예, 체능 종사자가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 작품은 자신이 추구하는 예술이 아니라 군 면제를 받기 위한 콩쿨에 도전하기 위한 춤을 추는 무용수의 현실을 드러낸다. 핵폭탄, 스콜피온.. 콩쿨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 위한 '한 방'을 위해 부상을 감내하며, 강력한 식이요법과 고통스러운 훈련을 통해 기술을 만들어낸다.
높으신 분들이 우리나라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라고 한다. 하지만 진정한 자유는 어디에 있을까. 사실 군 면제와 콩쿨은 다양한 억압과 틀의 한 가지 예시에 불과하다. 사회, 제도, 국가, 체제, 이념과 같은 것들 안에서 무용수는 그때마다 춤을 재단당하고 강요당할 것이다. 더 넓은 시각에서 인간의 생각과 행동은 어디까지 억압되었고 어디부터가 자유의지일까.
자조섞인 해학. '웃픈' 내용과 춤, 대사 속에서 묵직한 의문이 끝없이 생기는, 결코 가볍게 볼 수 없었던 작품이었다.
두 번째 작품, 정세영 안무가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 일단 설명을 떠나 이 공연은 내게 완벽 그 자체였다. 최근 2~3년 내에 봤던 가장 인상적이고 충격적이면서도 재미있는 공연이었다.
이 작품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춤, 무용이 거의 없는 작품이다. 미리 설명을 덧붙이자면, 유럽에서는 안무가 없는, 춤이 없는 무용인 논댄스(Non-Dance)가 하나의 장르로서 자리잡았다고 한다. 직접적으로 춤을 추지 않고 무대를 펼치는 것이다. 이번 공연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극도로 미니멀한 동작으로 무대를 완성한다.
작품은 점프(Jump), 리프(Leap), 홉(Hop), 랜딩(Landing)의 네 가지 파트로 구성된다. 무대는 별다른 미술도, 소품도, 장치도 없다. 출연자들의 옷차림도 평소 입는 평범한 옷 그대로이다. 펼치는 동작도 공연으로 무대에 올릴수 있을까 생각이 들 만한 움직임 뿐이다. 하지만 아무 동작 없이 출연자가 서 있기만 했던 인트로에서 웅장한 음악은 거대한 모험을 떠나는 대서사시의 시작을 상상되었고 1막에서 전기포트에 끓는 물을 바라보던 출연자가 풍선의 줄을 자르는 부분은 평범한 일상을 살던 주인공이 영웅이 되기 위해 떠나는 장면을 느꼈다. 공연을 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글에 서술되는 것 외에 출연자는 다른 행동을 전혀 하지 않는다. 그저 바라보거나 서있거나 할 뿐.
2막, 3막도 마찬가지다. 선풍기를 엎고 회전을 막는 것은 내게 기존의 관습과 체제를 역행한다는 상징이 보였다. 압권은 마지막이었다. 한 출연자가 발레바를 들고 회전한다. 다른 출연자는 이 발레바를 들고 더 크게, 더 많이 회전한다. 그 후에는 아예 발레바를 사진처럼 들어버린다. 내게 이 장면은 스승의 가르침을 받은 이가 스승보다 더욱 뛰어난 이가 되어 결국 그 평가기준과 체제 자체를 뛰어넘는, 뒤엎는 것으로 보였다. 특히 절묘한 음악은 그저 놀라움만 안겨줬다. 클래식과 팝, 재즈를 넘나드는 음악들이 내가 느끼는 감정과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적시적소에 배치되어 무대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갔다.
안무가는 무대 그 자체를 무대 위에 올렸다고 했다. 내가 느낀 이번 작품은 공연장에서 행해지는 공연 그 자체를 껍데기를 모두 제거한 채 본질만 남겨 무대로 가지고 온 듯하다. 서사와 미술, 표현을 제외하면 결국 공연이란 건 비슷한 구조를 가진 하나의 현상이 아닐까.
간만에 머리를 쓰게 만드는, 공연이 끝나고도 생각이 짙게 깔리는 작품들이었다. 현대무용의 매력은 공연 직후가 아닌, 그날 밤, 다음 날 아침에 밀려오는 여운인 듯하다.
KNCDC Communicator '춤,사이' 6' Jiwoong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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